Maker | Art i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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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은 최근 특정 전시를 위해 계획되었다가 실현되지 못했던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에게는 옷을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두 명의 친구가 있는데, 한
명은 명품 옷을 취급하고, 다른 한 명은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한 재활용하는 의류를 취급하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협조를 구하여 판매 의복을 제공 받고 이를 리폼(reform)하기로
했다. 옷의 뒷부분에는 작가가 부여하는 등 번호와 구입하는 사람의 이름을 함께 만들어 붙여주어 마치
축구 선수의 유니폼처럼 만들 계획이었다. 관람객이 이를 구입하게 되면 원래의 판매가를 그대로 적용하므로
명품과 리폼한 재활용한 옷의 가격은 매우 편차가 클 것이다. 그래서 관람객이 이를 선택하는 기준은 ‘전시’라는 환경 속 일반 상품으로서의 그 선택 기준과는 다른 결과들이
생성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뒷모습의 이름과 번호로부터 (개인의
얼굴이 아닌 방식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명확한 장치가 작동된다. 작가는
이 작업을 어느 미술관의 전시실 내에서 일정 크기의 공간을 할당받아 손으로 조작하여 골을 넣는 ‘키커(Kicker)’라는 게임 테이블과 주류를 즐길 수 있는 바(bar) 등을
함께 설치하여 일반적인 펍(Pub) 분위기로 연출하고자 했다.
<동굴 탐험가> 전시 전경
2018.11.16-11.2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김동찬은 어느 날 ‘2018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참여 프로젝트로서 작업 구현을 제안을 받았다. 작가에게 참여를
제안한 기획자는 사적인 식사 자리에서 본인이 어려서부터 즐겨했던 오락실의 게임기에 대한 얘기를 꺼냈더랬다. 당시
청주에서 활동 중이었던 김동찬은 그 기획자가 유달리 자신감을 보였던 바로 그 게임기, ‘엑스리온’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조물을 제작하여 전시 공간에서의
설치를 위한 장비와 자재들을 챙겨 자전거에 싣고 서울의 전시실까지의 밤을 새워 달려갔다. 이 여정은
자전거 뒤편에 설치한 카메라로 모두 촬영했고, 청주에서 서울까지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이 그대로 기록되었다. 작가는 이 작업을 전시장에 설치한 후 기획자로 하여금 실제로 플레이하게 하여 최고 점수를 기록하게 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약 3개월간 전시 관람객들도 이 게임을 시도하였으나
그 기획자가 세운 최고 기록은 아무도 깨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의 기능을 가진 오브제가 전시 공간으로
들어왔을 때 그것의 기능은 사라지고 특정 개념의 맥락 안에서 대상화되곤 한다. 작가는 이러한 전시의
기능을 보류시킨다. 기획자라는 역할 역시 작가의 요구에 의해 전시를 완성하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게임에 몰두하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개인을 설정하여 고유의 역할이 유지되는 동시에 삭제하고, 또한 회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a dribble> 2018 2채널 SD
비디오 혼합 매체 180×280×175cm
다양한 정체성이 하나의 환경 안에서 재배치되는 순간은 오브제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에서도 작동한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경기에는 공에 대한 룰이 있다. 시합에 사용되는 공 ‘공인구’는 매회 표면 디자인이 다르다. 작가는 몇 년간 모아온 이 공들을 촬영하여 영상작업 <당신이 알고 있는 그 공>(2019)을 제작했다. 공이 화면 속에서 자전하고 있는 모습은 기울었다 차오르는 달의 모습과 닮아있다. 밝은 빛과 어두운 그늘이 교차하면서 명암의 면적을 달리 받으며 공의 표면을 온전히 드러내기도, 숨기기도 한다. 공은 여러 개의 공인구로 교체되면서 달의 변화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몸’과 ‘움직임’은 김동찬 작품의 가장 익숙한 소재이며, 축구는 이를 표현하기 위한 매개와 같다. 가령, 2016년도 전시 공간에 배치하기 위하여 축구공을 드리블로 경기창작센터에서 경기도미술관으로 직접 운반하는 행위는 스스로 몸을 시간과 거리, 장소성의 변화를 끊임없이 부여하는 움직임의 실천적 행위가 되었다.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친구들과 함께해온 축구는 그의 예술 행위로의 확장을 부여하기 위한 활동으로도 읽힌다. 2019년에 열린 <당신의 개인전>은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한 전시였다. 그의 절친들로 구성된 축구팀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주기적으로 경기를 한다. 작가는 이 친구들의 경기 속 움직임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의 개별 플레이 장면을 촬영하였고(<레이더망> 2019 15채널 영상), 이들의 이름을 넣은 털실로 짠 응원 도구를 만들었다(<레이더망> 2019 면섬유, 가변설치). 작업의 주요 소재인 축구공은 전시장 안에서 더 이상 움직임이 없는 듯 바닥에 놓여지거나 혹은 ‘비축지축(非蹴之蹴)’(2019) 시리즈의 도자기와 함께 ‘배치’되었다. 이는 공 디자인이 전사된 표면을 한 일반 항아리의 전형적인 형태이며 바닥에 세워두거나 혹은 실제 축구공을 고정할 수 있는 받침대처럼 배치하여 전시하곤 한다. 이는 둥글지만 정지돼있는 모양새다.
<비축지축(非蹴之蹴)> 2019 세라믹 45×25×25cm
작가가 연출한 공간 속에 입장했을 때 이 공간은 전시 공간으로서 관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관람객은 작가가 유도하는
장치들에 반응하게 된다. 축구 경기장에 경기와 응원으로 나뉜 활동은 경제 활동과 경쟁, 관찰과 경험, 대상과 이면, 가능함과
불가능함 등 상호 대립적으로 설정된 위치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작가는 전시라는 맥락 속에서 그 입지를
공유 혹은 교환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부각시킨다. 앞서 설명한 전시
<당신의 개인전>에 설치되었던 친구들의 이름이 새겨진 응원 도구는 전시 후 각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이를 받은 친구들은 전시를 위해 언제라도 빌려주기로 했다고 하는데 나누어진
개별 응원 도구가 다시 한곳에서 모일 때면 전시라는 공적 형식을 획득하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약속은 친구 김동찬을 예술가로서 응원하는 그들의 방법이자 응원 행위 자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산한다. 마치 직선의 최소수와 최대수가 이루어내는 형상이 하나로 수렴되어 도달한 축구공처럼. PA
김동찬
작가 김동찬은 제주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뉘른베르크 예술학교에서 마르코 레안카 교수(Marko Lehanka)를 사사하여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 F1963,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등과 독일 뉘른베르크 현대미술관, 뮌헨 카린 작스 갤러리, 카셀 쿨투어 반호프, 베를린HfG 오펜바흐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경기창작센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space xx에서 개인전 <당신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올해 초 유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HYPER SALON Vol.2>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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