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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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자의 ‘It; Art school project’는 2015년 교환학생으로 머물게 된 체코의 예술학교에서 시작됐다. 낯선 환경에서 언어, 나이, 인종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유독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에서 사진은 그리 인정받는 매체도 아니었다.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느낌이 계속되며 기운 빠져있는 나날의 와중에 그는 사사키 아타루(Ataru Sasaki)의 책, 『이 치열한 무력을』을 읽게 되었고, 분연히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박희자를 만난 후, 나 또한 중간쯤 보다 내버려 두었던 그 책을 다시 펼치고 이번엔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렸다. “이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무력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대체 ‘힘이 있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이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중략) 처음부터 무력했던 것입니다. 문학이나 예술만 특별히 무력했던 게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모두 다 무력했습니다. 무엇을 해도 무력하고, ‘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It; Art school project> 2015 Archival Pigment Print
with wooden-glass frame 50×70cm
이것이야말로 ‘현실’입니다.” 이처럼 사사키 아타루는 모든 것이 무력하지만 쓸모없는 것은 아니라고, 무력하지만 무의미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책장을 덮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결심이 박희자에게도 찾아왔다. 사진기를 손에 쥐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예술학교’라는 특수한 공간, 모두가 예술가를 꿈꾸지만 아직은 설익은 시도와 불안, 희망 따위가 뒤섞인 곳. 시선이 닿는 곳에는 의외로 힘이 좋은 오브제들이 있었다. 거기에서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얻은 것은 생각보다 많았다. 누군가에 의해 혹은 우연히 자리에 놓였지만, 그 자체로 내적인 힘을 가진 피사체들을 마지막까지 찍다가 돌아왔고, 이는 작가에게 강력한 변환점이 되었다.
<The Women of Island-Shadow Island> 2012
Pigment based Inkjet Print 105×70cm
하지만 막상 박희자의 이름을 알린 작업은 전작인 ‘The Woman of Island’다. ‘사적인 영역에 대한 사진 행위’로 설명되는 이 시리즈는 삼십대의 여성들을 그들의 공간에서 찍었다. 이것 역시나 허무, 상실, 충동 등의 개인적 감정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사진 속 웅크리거나, 서 있거나 누워있는 이름 모를 여인들은 그 모든 감정들을 담고 있다. 애초엔 작가의 것이었던 무기력과 정체된 삶을 공유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작가에겐 상까지 안겨줬다. 이처럼 시각적 완성도나 기법적인 면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이 작품임에도 ‘It; Art school project’에 더 의미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박희자가 기본적으로 지닌 사진에 관한 ‘태도’의 실현과 관련 있다.
<It Art school project> 2015 Archival Pigment Print
with wooden-glass frame 57×80cm
그는 사진의 ‘다큐멘터리적인 속성’을 중요시하고, 작품으로 드러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간의 작업에선 이러한 면모를 드러낼 만한 기회 없이 계속 생각만 하는 상황이었다. ‘The Woman of Island’도 그것이 기본적으로 어떤 기록이라는 점, 배경이 되는 공간이나 장면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스트레이트하게 찍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돌이켜보면 그 상황을 조장했던 것 같다”라고 말한다. 촬영이 이뤄지는 3-4시간 동안 인물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서로 간 감정의 전이가 이뤄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떤 분위기를 만들었을 것이란 의미이다. 반면 ‘예술학교’를 찍으면서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설명하지도 않고, 이미지를 미리 그리지 않은 채 사진기를 들고 나가서 자신에게 반응하는 오브제를 담게 되는 것이 좋았단다. 그것을 통해 비로소 박희자가 생각해 온 ‘태도’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It; Art school project> 2015 Archival Pigment Print
with wooden-glass frame 50×70cm
유행하는 사진 어법을 답습하기에 바빴던 고정관념을 깬 것도 체코에서의 경험 덕분이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해보고, 동시에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는 앞으로의 작업 방향 역시 ‘무언가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하는 또 다른 기질은 다양한 전시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시간을 두고 곱씹어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사진은 박희자의 성격과 호흡이 맞는다. 그의 사진을 통해 가치를 잃은 대상은 다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인물, 사물, 공간을 훑는 작가의 시선 안에 담긴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저 한 번 더 장면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박희자
사진 조혜원
작가 박희자는 1982년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사진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양주시립미술관 777 레지던스 갤러리, 갤러리 가비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치렀으며, 신한갤러리 역삼, 갤러리 175, 스페이스캔 오래된 집 등에서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15회 사진비평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제9회 KT&G SKOPF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2인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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