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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4, Jul 2024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2024.4.25 - 2024.7.2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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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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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과 드로잉으로
가득 찬 건축 전시 읽기


올해 초 서울시립미술관은 2024년 전시 의제를 ‘건축’으로 설정하고 건축의 다양한 의미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연간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 이후 국공립의 미술관에서 건축 전시가 종종 열리지만, 특정한 기간 건축에 대한 다양한 전시를 계획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상반기 의제를 다루는 세 개의 전시 중,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에서 노먼 포스터의 회고전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의제와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지 궁금했다.


더욱이 건축 전문 학예연구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미술관은 노먼 포스터의 개인전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섞여 있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전시는 2,200㎡ 규모의 전시관에서 도면, 문서, 스케치 및 모형을 제시하며 60년간 진행한 약 100개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건축가의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노먼 포스터 재단에서 제공한 유튜브의 전시 영상 다큐멘터리와 전시장 사진 및 자료를 통해 놀라울 정도의 모형과 드로잉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이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를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그가 이끄는 설계사무소 포스터 +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의 활동 중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예술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하며 1960년대부터 주목한 지속 가능성의 철학과 미래 건축에 대한 사유를 공동 기획하였다. 이는 서소문본관 리모델링 이슈를 앞두고 생태학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기술과 생태학을 결합하여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고민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유’, 과거에 이미 잘 만들어져 있는 여러 건축물을 현재에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현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거’, 최첨단 기술을 통해 더욱 나은 삶에 접근하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 이전까지는 단일 건축물에 대한 접근이었다면 이를 확장해 도시의 인프라 곳곳에 적용된 공공건축물을 다루는 ‘공공을 위한 장소 만들기’, 마지막 섹션으로 우주에 관한 이야기이자 미래 사회에서 건축의 역할을 보여주는 ‘미래건축’으로 마무리한다. 건축 모형, 스터디 모형, 드로잉, 영상, 아카이브 등 300여 점을 포함하여 총 50건의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이는 전통적인 건축 전시의 유형 중 하나로 건축 모형과 드로잉으로 가득 찬 전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애플 파크(Apple Park) 
ⓒ 스티브 프로엘(Steve Proehl)



건축사학자인 에이드리언 포티(Adrian Forty)는 자신의 에세이 아는 방법, 보여주는 방법: 건축 전시의 짧은 역사(Ways of Knowing, Ways of Showing: A Short History of Architectural Exhibitions)(2008)에서 건축 전시를 두 가지 유형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라이브 전시(Live Architecture Exhibitions)’와 ‘재현적 전시(Representational Exhibitions)’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라이브 전시는 20세기 초부터 시작한 엑스포(Expo) 파빌리온(Pavilion), 2000년부터 영국에 건물을 지어본 적 없는 건축가를 대상으로 파빌리온 설계를 맡기는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의 ‘파빌리온 프로젝트’ 그리고 MoMA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과 같은 (가설)건물을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파빌리온, 폴리(Folly)와 같이 전시를 위한 임시 구조물을 만들고 설치하여 공간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에 반대하여 재현적 전시는 건축가가 만든 도면, 모형, 스케치, 문서 같은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한 전시로 건물이 완성되는 지난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건물 자체가 아닌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축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는 어떤 식으로든 ‘실물(건물)’을 대신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도면이 건물보다 덜 ‘실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도면과 건물은 각각 실제와 같으며 이는 건축이 수행되는 다양한 방식 중에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국내 라이브 전시의 예로는 지난해 열린송현녹지광장을 주요 무대로 삼은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있다. 기존 전시장으로 쓰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아니라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는 파빌리온 중심으로 작업을 펼쳤다. 세계 각국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설치한 파빌리온을 관람객은 몸소 경험하면서 공간을 느끼고 즐겼다. 애써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과 설명을 읽지 않고도 파빌리온과 그 주변의 장소를 넘나들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국내 재현적 전시의 예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아카이브>(2013), <김중업 다이얼로그>(2018)를 들 수 있다. 이번 노먼 포스터의 전시 또한 재현적 전시의 매우 충실한 예시이다. 전시장에 놓인 스케치, 드로잉, 모형, 영상은 단순히 그 건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세세한 과정들을 포함한다.



코메르츠 은행(Commerzbank) 
ⓒ 이안 램봇(Ian Lambot)



전시장 초입에 나오는 포스터 + 파트너스의 스튜디오 영상처럼 한 건물에 수많은 디자이너와 협업자가 함께 하고 수십 번의 스터디 모형과 스케치 그리고 수백 번의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건축가가 그린 스케치와 이미지는 건물을 설명하거나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매우 미학적인 사물로 자리매김하고 작품으로 위상을 달리하게 된다.

전시장에 실제로 지어진 건물의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프로젝트만 영상으로 볼 수 있을 뿐 건물의 실제 사진 자체는 중요한 전시 매체가 아니었다. 기획의 방향과 의도에 따라 매체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결과보다 어떻게 디자인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지는지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흥미로운 것은 전시장의 작품 배치와 관계이다.

전시장에는 50건의 프로젝트 모형과 다수의 드로잉이 배치되어 있다. 주로 모형을 공간 중심에 배치하고 연장선상에 놓인 벽면에 관련된 드로잉을 배치했다. 모형은 단면, 스터디, 완성 모형 등 프로젝트마다 다르게 선택되어 있고 모형과 유사하거나 연결되는 드로잉(단면 및 투시도)이 배치되어 있다. (손으로 그린 드로잉과 스케치는 액자화가 되어 그 자체가 사물과 작품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였다.) 자연스럽게 모형을 보면 모형의 뒷배경으로 드로잉이 눈에 들어와 시각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상상을 함께 그려볼 수 있다. 드로잉 중에서도 평면도는 거의 없고 여러 단면과 투시도를 통해 입체적인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아쉽게도 프로젝트 수가 많아서 그런지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캡션이 있을 뿐 모형과 다수의 드로잉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과 관계에 대한 캡션 방식의 부재는 아쉬웠다. 그러나 전시 공간 곳곳에서 모형과 드로잉을 오고 가는 여러 관람객을 보면서 충분히 모형과 드로잉 자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로 향하는 ‘미래건축’ 섹션을 보고 나면, 사회에서 건축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그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노먼 포스터는 건축과 인간, 환경, 예술과 문화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운 공로로 영국에서 1990년 기사 작위, 1999년 남작 작위를 받았다.)

전시의 끝 벽면에는 전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역할과 이름이 적힌 크레딧이 있다. 크레딧을 찬찬히 살펴보면 전시를 구성하기 위한 관계도를 그려볼 수 있다. 전시 공동 기획, 공간 디자인을 포스터 + 파트너스가 전부 맡았다는 면에서 자신들의 작업을 잘 보여주기 위한 총체적인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으며 마지막에 필자가 느낀 자신감도 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여러 역할을 작가가 맡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기 어려웠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첨단 기술이 기후 변화, 오염 및 악화하는 환경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해결책일까? 탄소의 농축으로 쌓아 올린 도시의 인프라는 앞으로 지속 가능성과 함께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전시와 연계해 서소문본관 리모델링 이슈를 앞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후속 논의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는 포스터 + 파트너스의 60여 년간 지속된 작업을 시간적 맥락에서 짚어볼 좋은 기회이면서, 건축 모형과 드로잉으로 가득 찬 전시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좋은 전시임은 틀림없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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