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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4, Jul 2024

영월기행_안녕 + 하늘, 땅, 우리

2024.6.14 - 2024.7.28 문화공간 진달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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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휘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아트팀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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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기행 답사기


문화도시 영월 문화공간 진달래장에서 펼쳐지는 전시 <영월기행_안녕 + 하늘, 땅, 우리>(주최: 유아트랩서울, 대표: 이승아, 총괄기획: 임종은 독립큐레이터)를 통해 영월은 문화와 예술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석탄 광산에서 문화 광산으로 도약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 장소인 문화공간 진달래장은 영월의 광산산업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다.


석탄을 캐던 마차탄전이 1972년 석탄합리화정책에 따라 폐광되고, 텅스텐을 채굴하던 상동광산이 1992년 중단되면서 광산 활성화 시절 사람이 들락날락하던 ‘삼성여관(1954-1998)’은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노인들만 남게 되는 여느 지역 현실의 반영처럼 ‘진달래 장의사(1989-2020)’로 바뀌어 활용되다 현재는 문화도시센터가 상주하며 ‘문화공간 진달래장(2021-현재)’으로 운영 중이다.

1954년에 지어져 전후 시대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이 공간에는 시간의 생채기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 Strauss)가 인류학서 『슬픈 열대(Sad Tropics)』에서 이야기한 ‘문명이 야만보다 우월한 점은 하나도 없다’라는 명제처럼,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15명은 거대한 도시의 논리로 가르치려 하지 않고 예술적 여정으로 강원도 영월을 여행하듯 그 생채기를 보듬는다.


먼저 오종은 진달래장의 마감이 떨어진 벽체의 라인을 따라 곡선의 조명으로 조형화하여 천장에 매달린 드로잉인 동시에 잔잔하게 빛을 발하는 고요한 소우주를 전시장 안에 재구성했다. 이강욱은 영월의 별마로천문대를 방문하여, 천문대란 별을 보고 헤아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관측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과학적 탐구, 심지어 관광적인 니즈가 교차하는 공간임에 주목하였다.


전시장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다룬 우주와 미시적 세계의 이미지를 병치, 교차하여 그가 탐구해 온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3면 영상 작업으로 구현한 작품을 통해 온몸으로 경험하게 했다. 관념적 세계와 과학적 관찰을 바탕으로 구성한 우주와 관람객을 만나게 하는 개념이다. 영월에는 샘이 하나 있었는데 물이 아니라, 술이 나왔다고 하는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이 술샘은 신분에 따라서 나오는 술의 종류가 달랐는데, 신분이 낮은 사람이 가면 탁주가 나오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면 청주가 나왔다.



빅터 조 <바우의 꿈> 2013
 철, 폴리에스터 104×50×60cm



신분이 낮은 젊은이가 장원 급제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술샘 앞에 섰는데도 탁주가 나와 화가 난 그는 커다란 돌을 술샘을 향해 던져 샘을 막아 그 이후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메말라 버렸다고 하는 영월권 주천면의 ‘술샘설화’를 통해 송주형은 끝없이 물질적 욕망만 추구하다 자연과 생태환경을 파괴한 지금의 우리 문제에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다.

그의 작업에서 가상의 지역 설화는 인간이 다른 존재들에 대해 일방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우리에 대한 성찰을 요청하면서, 확장된 행위자로서 공존하고 있는 비인간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상상을 하고자 한다. 나영은 지구생태계라는 순환의 고리에서 이탈한 쓰레기를 활용해 ‘그럴싸한’ 세계를 만든다.

<교란의 세계>가 구축한 ‘그럴싸한’ 세계는 실은 버려진 쓰레기로 온통 뒤섞인 쓰레기장이지만, 다양한 존재가 공존하는 어떤 생태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이 공간에 방문한 관람객이 모두 ‘생태계교란종’이 되어 이 세계의 작은 행위자로서 이분법적인 태도에 대해 함께 성찰할 것을 요청한다. 정소영은 지각(地殼)의 침식과 퇴적작용을 인간사의 생성과 소멸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로 삼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 자연, 개인의 기억을 수집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5개의 검은 철 구조물로 이루어진 <굴러온 길>은 그가 이동한 땅, 해안, 바다의 표면에서 생명의 움직임과 생성의 궤적을 발췌한 결과물이다. 영월에서 수집한 자연물과 오브제들은 지나온 시간을 유추하고 앞으로 떠날 여정을 예고한다. 김기라는 강원도 영월의 역사와 기억을 통해 삶과 환경, 관계를 탐구하며 우리가 마주하는 지역에 관한 장소성과 공간성을 관람객이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작품은 영월의 설화와 전설을 기반으로 수집한 오브제와 소리로 구성하여, 현재를 대하는 유효한 방식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끌어낸다.

홍범은 가끔씩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라 발견되는 이름 모를 잡초와 같은 기억의 속성을 떠올린다. 잊기 쉬운 자그마한 것이라도, 머릿속 어디선가 자리를 잡고 조금씩 새로운 기억들이 연결되면서, 나중엔 군락을 이룰 정도로 커져 버리고 만다. <기억의 잡초>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현재의 ‘나’를 알게 하는 여러 가지 기억의 형태와 그러한 기억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풍경이다.

전시는 예술을 통해 지역을 경험하고 지역과 관계를 맺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으며, 베테랑 현대미술작가 15인이 참여로, 마치 그 공간의 주인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영월의 근현대 기억을 담은 문화공간 진달래장을 해석하고, 영월의 역사와 삶을 반영하거나 자연, 환경, 우주 등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와 더불어 영월의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을 묶어 보는 것도 훌륭한 영월기행이 될 듯싶다.  


* 이루완 아멧(Irwan Ahmett) & 티타 살리나(Tita Salina) <스리 룸뿟(Sri Rumput)> 2023 싱글채널 비디오 5분 1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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