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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4, Jul 2024

별을 따라 걷기

2024.6.3 - 2024.6.8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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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예린 팩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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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 지도, 서울과 파리를 잇다


청춘, 짧아서 더 아름답고 반짝이는 시절. 이 시기에 미술대학을 다닌다면 누구나 한번 주어지는 이벤트인 졸업 전시를 치른다. 졸업 전시는 학내 행사지만 예비 미술인이 미술계에 진출하기 전 갖는 ‘데뷔 무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일회성 단기 전시임에도 서투른 솜씨로 고군분투하며 전시에 임한다. 이 특수한 사정은 실기과뿐만 아니라 이론과 기획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신진 기획자 콜렉티브 ACHT가 기획전 <별을 따라 걷기>를 열었다.


전시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4학년 ‘전시 기획 및 실습’(지도교수 정연심) 수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고 올해는 특별히 파리 국립고등예술학교(이하 보자르)와 협력했다. 홍대 회화, 조소, 판화과의 재학, 재직, 출신 작가 13명과 보자르 재학생 14명, 총 27명의 74점을 망라했다. 파리 보자르 재학생은 프랑스 외에도 다국적 작가들이 포진해 그야말로 글로벌 신진이 총출동한 자리다.

‘전시 기획 및 실습’은 예술학과의 졸업 전시 같은 수업이다. 수강생 8명이 콜렉티브를 이뤄 주제 선정부터 양교의 작가 섭외, 전시 연출, 타악기 연주자 변혜경의 오프닝 퍼포먼스 기획, 조각가 웨스터만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특별 상영까지 유치했다. 매해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이 새로운 콜렉티브를 꾸려 기획전을 열고 해산하는 포맷을 반복해 왔지만, 올해는 홍대와 자매 학교인 보자르의 교류 제안이 성사되며 판이 커졌다.




안진균 <Slice,<20150208 #6>> 
2018 디지털 C-프린트 142.5×190cm



보자르 미모사 에샤르(Mimosa Echard) 교수의 스튜디오에 홍대 실기과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방문하며 인연을 맺고, 이후 보자르에서 꾸준히 들어온 협업 제안이 예술학과로 연결돼 행정적인 다리가 놓였다. 펀딩, 공간 지원 등 양교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국제 교류 졸업 전시’라는 타이틀이 완성됐다.

국적과 세대를 잇는 올해의 주제는 ‘노마디즘(No madism)’. 이제 학생이 아닌 새로운 정체성으로 나아가야 하는 콜렉티브 멤버들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ACHT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할 수 있는 용기와 원동력을 예술에서 찾았다. 이론적 토대는 들뢰즈의 노마디즘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Michel Maffesoli)의 ‘방랑’ 개념에 두었다.


제목 ‘별을 따라 걷기’는 마페졸리의 방랑 개념을 칭하는 표현이자, 땅 대신 하늘의 별을 보며 이주했던 유목민의 생활방식에서 유래했다. 마페졸리는 ‘20세기가 정착의 시대였다면, 21세기 인류는 자본과 물류의 이동이 빨라지고 사회 구조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자 유목 생활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떠나고자 하는 ‘방랑’ 욕구는 인간의 본성인데 근대의 정주(定住) 사회가 이를 억누르는 제도였다는 것이다.



니나 킴(Nina KIM) <The sheets will fade> 
2024 Laundry thread stretched between two points, 
various objects suspended, video projected
 onto fabric, 3m (or smaller)



전시는 자유롭고 불안정한 이 시대에 세계를 가로지르는 노마드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노마디즘을 크게 개념(부유), 부유의 목적(정체성 모색), 결과이자 현재 상태(일시적 정착)의 세 단계로 구분했다. 먼저 ‘부유’는 물리적, 정신적으로 유랑한 경험을 보여준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목격한 이색적 단상, 시간이 흘러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 때 개발되어 없어지거나 철거된 풍경, 변한 사회 풍조에 부적응하거나 기성 체제를 겉돌아 본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정체성 모색’에서는 방랑을 시작한 계기를 이야기한다.


글로벌 교류전인 만큼 여러 문화권에서 성장하며 국적, 인종, 정체성 고민이 깊은 작품이 다수 나왔다. 제각기 다른 경험이지만, 고정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땅에서 정작 본연의 정체성을 찾게 되었다는 역설을 공통분모로 다채로운 시각을 풀어냈다. 마지막 ‘일시적 정착’은 여러 시스템을 전전하며 제도의 틈새에 봉착해 버린 양가적인 정체성을 내용과 형식 양면의 모순으로 비유했다. 주제적으로는 사회적 불균형, 진실과 탈진실, 전통성과 실험성이 양립하는 등 자가당착의 상태를 제시하고, 형식적으로는 판화와 순수미술, 시각/산업디자인을 결합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장르적 융합을 시도했다.

피땀으로 일군 이 전시는 학생답고 상투적이다. 진부할 정도로 보편적인 주제, 거친 작품과 디스플레이 등을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타성에 젖은 눈을 감고 샛별들이 합심해 이룩한 눈부신 팀워크를 바라보자. 긴 예술 여정의 첫 관문을 대형 신진 교류전으로 수놓은 ACHT. 훗날 이들이 글로벌 아트신을 종횡무진하며 굵직한 별자리가 되어주길 감히 기대해 본다.


* 고닥 <방 사이의 방> 2021 비디오 설치 6분 2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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