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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4, Jul 2024

The Vanishing Horizon (Episode 2)

2024.5.17 - 2024.6.16 WW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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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영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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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도래한 디스토피아


“나는 미래를 보았다(I have seen the future).”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열린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의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받은 배지에 적혀 있던 문구다. 이 배지는 전시관의 여러 층을 가로지르는 500m 길이의 놀이기구를 탑승한 관람객들에게만 제공된 기념품으로, 혁신적인 기술로 구현된 미래를 목격한 이들이 자랑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이자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강철규, 이정근, 임희재, Doooo(Masataka Shishido)의 작업을 중심으로 WWNN이 기획한 그룹전 <The Vanishing Horizon (Episode 2)(이하 The Vanishing Horizon)>은 문득 뱃지의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전시를 찾는 관람객은 유토피아가 그리는 환상 대신, 반-이상향을 암시하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총 2부에 걸쳐 진행된 <The Vanishing Horizon>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앞서 네 명의 작가(안재홍, 유아연, 이영욱, 안드레아 사모리)가 참여했던 전시의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 ‘Episode 1’이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루었다면, 후속 전시인 ‘Episode 2’는 현대 사회에서 감지되거나 감각되는 디스토피아적 현상에 주목한다.



강철규 <Hunting with Dogs>
 2024 캔버스에 유채 32×27.5cm



전시는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허구의 순간들을 섬세한 회화적 묘사로 표현한 강철규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눈 덮인 산맥을 뒤로한 채 반인반수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나, 검은 구의 머리를 가진 나체의 인물과 머리가 절단되거나 늘어난 존재들이 점유하고 있는 호수에는 긴장감과 폭력성, 불안함과 모호함이 도사리고 있다.


작가의 회화가 자신의 상황이나 심리적 상태를 투사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자전적이라면, 전시장 1층에 함께 설치된 이정근의 작업 또한 구체적인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다. 작업실이 풍랑에 시달려 수해를 입었던 사건을 기점으로 작품에 새로운 창작성과 방향성을 부여한 그는, 사슴의 송치나 새의 발을 촬영한 사진과 액자를 각종 조형 요소와 접목해 일종의 크리처를 제작했다. 불완전한 모습으로 변형된 이 존재들은 인간의 욕망이 교란하고 기형화한 자연을 은유하는 듯하다.

현실을 초과하는 형상을 가공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유통되는 디스토피아적 현상을 직시하려는 시도는 전시장 2층에 배치된 임희재의 회화 연작과 Doooo의 오브제에서도 발견된다. 박물관 속 박제 동물이나 표본화된 생물, 다큐멘터리 영상이 기록한 야생동물의 이미지를 회화로 옮기며 동적 움직임이 소실된 존재들에게 동력을 새롭게 부여한 임희재의 그림들은 USB, 지갑, 도끼, 펜던트 등 다양한 기능성 물체를 신체 일부로 치환해 언캐니(uncanny)한 생명성을 연출하는 Dooo의 오브제와 공명한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되는 물건이나 지식 발전을 위해 현재도 유효하게 실천되는 수집 방식을 소환하고 이를 비트는 두 작가의 작업은 디스토피아를 도래할 미래가 아닌, 현재시제로 표현한다.




이정근 <Fore Primitive> 
2024 혼합재료 40×120×90cm



그런 점에서 어쩌면 전시가 불러오는 기시감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관람객은 이미 일상에서 “디스토피아를 보았고”, 그 단면들을 <The Vanishing Horizon>에서 다시 마주하는 것은 아닐까? “동시대 미술의 사변적 전환”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전쟁과 재난, 분열과 무한 경쟁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의 종말과 그 이후를 상상하는 다양한 작업과 담론, 전시가 형성되고 있는 요즘, WWNN의 2부작 전시는 시의적이다.


그리고 동시에 실험적이다.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유통하는 상업갤러리의 기능을 확장하며 -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What We Need Now)의 줄임말인 갤러리의 이름처럼 -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보고 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고민 또는 답변을 주제를 중심으로 한 긴 호흡의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임희재 <Stuffed chamois and mountain goats> 2021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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