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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3, Jun 2024

추미림, 홍승혜_파트너스 데스크

2024.4.12 - 2024.5.18 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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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한들 미술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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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스 데스크-추미림과 홍승혜의 랠리


‘파트너스 데스크’라는 이름 아래 열린 추미림과 홍승혜의 2인전은 현시점에서 두 가지 연유로 흥미롭게 바라보아진다. 첫 번째는 비인간에 대한 인식이 명확해지는 가운데 기계를 활용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반 작업을 펼치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개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2020년 전후 작업에 변화를 맞이하며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넓힌 두 작가가 전시라는 장치를 통해 일상의 사물과 이야기에서 시작한 대화(對話이자 對畫)의 랠리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두 작가는 그동안 포토샵과 일러스트 등을 운용하여 디지털 이미지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제어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회화적 요소(pictorial element)인 픽셀과 관계하는 작업을 확장해 왔다. 홍승혜의 경우 네모난 픽셀을 조합·반복·증식해 유기적 기하학 이미지를 형성하고 입체, 가구, 건축 등으로 넓혔다. 추미림은 역순으로 일상적인 장소를 웹과 모듈로 설정하고 픽셀을 통해 기하학적 도형으로 변모해 평면 위에 옮겼다.

두 작가는 최근 작품세계에 변화를 보였는데 홍승혜는 픽셀의 모양에서 생겨나는 그리드에서 탈피해 다채로운 도형을 탄생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확장한 작품에 사람을 끌어들여 유기적 형태와 기하학적 형태가 현실에서 뒤섞이며 장소성을 가지게 했다. 추미림은 작업 과정에 주관적 기억과 미감을 반영하여 도시 표면의 조형적 배치에서 나아가 서사를 본격적으로 구현하고 공간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추미림 <Maker> 2024
 패널에 장착된 종이에 아크릴릭, 
종이 콜라주 35×3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홍승혜의 장소성과 추미림의 공간감 도래는 상호작용을 발생시키는 물리적, 개념적 틀을 제공해 관계 형성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소의 구조적 특징을 “물리적 결합의 단서이자 개념적 맵핑의 기본 골조”로 삼았다는 전시의 전략은 유용해 보인다. 두 사람의 대화는 1층 전시 공간을 지나 지하로 이어지며 미러링, 충돌, 파생의 규칙에 따라 점차 촘촘하고 내밀해지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전시는 ‘PARTNERS DESK’ 타이포그래피를 부착한 건물 외벽 대형 유리창을 투명한 지대로 삼으며 실내로 들어서면 보이는 대면용 책상으로부터 시작한다. 두 작가 행운의 색인 보라색과 녹색의 상판이 결합한 책상은 가구가 생활 속 쓰임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듯이 상호작용의 무대로 기능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 가장 먼저 펼쳐지는 이야기는 기하학적 모습을 공통으로 가지고 대면용 책상을 둘러싼 벽에 설치된 작품들이다.


홍승혜 작품의 경우 픽셀과 벡터값을 입체적 구조물로 제작하고 구성 요소를 움직일 수 있게 하거나 거울로 관람자를 비추어 작품과 외부를 연결한다. 반면 추미림의 작품은 ‘불러오기’, ‘마스크’ 기능 등을 활용해 저장된 이미지를 꺼내어 테두리를 잘라내고 수작업을 더 해 프로그램과 작품 내부를 탐색한다.



홍승혜 <액자형 부조> 2024 
메라톤 HPL + 자작나무 합판 52×40×9cm(프레임), 
가변 크기(오브제들)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1층에서 두 작가의 닮음과 다름이 즉각적으로 보는 순간 파악된다면 지하에서는 점차적으로 응시를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만나는 공간에 들어서면 보이는 두 작가의 싱글채널 비디오 신작 <무제>와 <무제>가 대표적이다. 동일한 화면 비율과 제한적인 기하 요소 등을 나눈 두 작품을 주시하다 보면 추미림의 작품 속을 떠다니는 형태가 홍승혜의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곧 형태는 다른 색의 부조로 추출, 파생하여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져 세계관의 접속과 비접속의 지대를 드러낸다.


이와 같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시퀸스는 서로를 끌어들이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해 공간을 채우며 전시에 집중도를 높인다. 그리고 앞선 지하의 두 비디오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음향은 관람자가 분위기에 더욱 도취하게 만드는데 공동 제작이 아니라는 점이 놀랍다. 홍승혜가 개러지밴드로 제작한 리듬과 추미림이 효과음 소스를 가져와 탄생시킨 노이즈는 모니터 위 기하학적 형태가 맞물리거나 비껴가듯 공명하거나 엇갈리며 박자를 맞춘다.


다양한 패턴이 일정한 볼륨으로 지속하는 사운드스케이프 안에서 전시의 긴장감은 증폭하고 전시장을 빠져나온 뒤에도 맴돈다. 전시는 추미림과 홍승혜의 만남을 일시적으로 성사시키고 두 사람의 유연하고 유려한 대화를 통해 각 작가 고유의 세계를 발견하게 한다. 함께 토론을 벌일 수도 각자 업무에 집중할 수도 있는 대면용 책상은 두 주체의 내면과 현재성을 입체적으로 전달케 하는 완전한 무대였다.  


* 전시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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