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종영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4년부터 이어진 <2015 오늘의 작가>에 선정된 조형예술가 김지원이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지원은 몇 해 전부터 와인 잔에 매료돼 이를 작품의 집중소재로 삼아왔으며, 주로 가마 안에 특정 형태의 틀을 넣어놓고 그 위에 유리를 얹어 제작하는 성형기법 ‘슬럼핑(Slumping)'을 이용한다. 가마의 온도를 650-700도까지 올리면 유리가 틀의 모양대로 주저앉는 이 기법을 응용해 그가 유리잔과 유리병을 쌓아올려 탄생시킨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전시작품들은 기존 와인 잔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고, 완전히 변형돼 원래의 목적을 알 수 없는 조형물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모양과 틀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잔이 가진 원래의 부드러운 곡선이 살아있어 리드미컬하고 다채롭다.
<합일-기(부분)>
한 편, 작가는 2013년 <합일-기>라는 전시를 통해 유리의 물직적 특성을 파고드는 작업을 선보인 바 있는데, 당시에는 슬럼핑 기법으로 변형된 와인 잔의 ‘형태’에 집중했다면, 올해 열리고 있는 <집적>에서는 와인 잔들을 같은 기법으로 주저앉히고 제목 그대로 ‘집적’하는데서 오는 중량감에 주목한다. 아래쪽에 위치한 와인 잔들은 압력에 의해 윗부분에 놓인 와인 잔들보다 조금 더 압력이 가해져 아주 미세하게나마 눌려있다고 하니 자세히 들여다보자. 와인 병에까지 작가의 손을 뻗어 나갔다는 것도 2년 전과는 다른 점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의 조각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유리라는 재료를 바라보는 입체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