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액세스(Random Access)’는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소개된 그의 작품에서 따온 제목이다. 즉흥성, 비결정성, 상호작용, 참여 등 백남준 작품 세계의 중심이 되는 개념을 담은 이 제목을 통해, 전시는 형식과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아티스트 백남준과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신진 작가들을 연결한다. 참여 작가 김웅용은 영화 <휴일>(1968)을 본 후 천사들이 영화 속 장면을 연기하는 꿈을 꾸었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을 소개하고, 박승원은 관람객들이 긴 막대기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 작품을 통해, 작가가 다리를 다치고 겪은 특별한 경험을 관람객들과 공유한다. 양정욱은 노인 병원을 주제로 한 3개의 작품을 전시해, 키네틱 아트의 정점을 찍는다.
양정욱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먹고있는 사람>
일정 체계 안에서 규정된 상반된 속성들을 소재로 게임을 하는 오민은 4편의 영상 작품을 공개하고, 이세옥은 작품을 위해 TV만화 <정글북>의 실제 성우를 섭외해 눈길을 끈다. 이수성+김시원+윤지원은 전시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관습을 외부로 노출시킨 설치들을, 차미혜는 청계천을 거닐다가 우연히 마주친 바다극장에 대한 영상을 선보인다. 한편, 다양한 퍼포먼스와 프로그램들도 작업의 한 형태로 마련돼 이목을 끈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오는 5월 2차례에 걸쳐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서영란 역시 유사 시기에 워크샵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4월, 춤에 관한 퍼포밍 아트를 계획 중인 최은진을 포함, 총 10팀의 예술가들이 매체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에너지를 표출한 이 전시는, 앞으로 격년제로 신진 작가들을 선정해 지속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의 끈을 놓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