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축적된 현재의 가치를 기억하며 예술의 미래를 주목하는 작가들의 실험 정신이 담긴 ‘기억공작소’. 그 다섯 번째 실험의 주인공은 안정주다. ‘소리’와 ‘립싱크’로 구성된 그의 기억공작소에서, 작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국적 풍경의 움직임을 의성어, 의태어로 치환하여 소리에 주목한다. 전시를 시작하는 ‘소리’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된다. 형태 일부를 오려낸 브뤼셀 독립문 기념사진을 감상하다보면 관람객은 이와 비슷한 영상, 사진 작품이연이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뒤이어 보이는 유럽 각지의 역사적 건축물을 담은 영상 ‘Harmony’연작에선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미지에 가려 눈여겨보지 못한 소리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문화적 정체성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본래 소리를 모두 제거하고 그 위에 현지 언어로 화면 속 움직이는 대상을 묘사하는 립싱크를 씌운 것.
설치전경
‘립싱크(Lip-Sync)’에서 안정주는 인공의 소리를 사용한다. 본래 립싱크는 자신의 목소리를 덧입히는 것이지만, 작가는 친숙한 이미지 위에 인공의 소리를 입혀 현실의 내러티브에 가려진 소리를 찾는 시도를 한다. 소리가 가진 속성을 확장하고, 침묵을 조망하며, 소리가 지닌 여러 가치를 주목하는 것이 관람 포인트. 그가 유머러스하게 재조합한 이미지+소리는 익숙한 일상과 새로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작가는 객관성 속에 가려진 주관성, 개인성을 소리로 나타내며, 이미지에 가려 눈여겨보지 못한 소리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풀어낸다. 이에 그는 “소리 없는 풍경은 폐허나 유적과 같다”라고 말한다. 이미지가 주가 되는 시각예술이 어떻게 소리를 나타내는지 궁금하다면, 지난달 13일에 개막해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 확인해보자.
· 문의 봉산문화회관 053-661-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