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는 ‘축적’의 응집체다. 가장 기초적인 도예 기법 ‘코일링’과 ‘핸드빌딩’은 흙을 계속 쌓아가며 도자 형태를 완성하는 기법적 축적을 보인다. 이 외에도 하나의 도자가 탄생하기 위해선 긴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며, 도자를 구울 때 많은 시간 들어가는 등 상당한 에너지, 노력, 정성이 도자에 집약된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축적’이란 개념을 도자가 아닌 ‘회화’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참여작가 손석과 장희진은 도자의 축적과 수작업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회화 20점을 통해 나타낸다. 한국의 도자가 인류가 만든 도구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하는 손석은 휘어진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아올리는 기법을 통해 평면 위에 도자를 구사한다.
장희진 설치전경
켜켜이 쌓아올린 물감은 화면 위에 시간과 함께 축적되어 울퉁불퉁한 느낌을 주며, 도자가 지니는 촉각적인 감각까지 구사한다. 회화, 사진, 공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희진의 작품 또한 수십 번 반복의 과정을 거쳐 나온다. 차가운 알루미늄판처럼 보이는 캔버스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테이프를 붙인 후 과슈를 쌓는 그의 작품은 풍경에서 물체와 물체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을 채움으로써 물체의 존재를 드러낸다. 전시명 ‘아다지오 소스테누토(Adagio Sostenuto)’는 음악용어로, ‘느리게, 한 음 한 음 깊게 눌러서’ 연주하는 방법을 뜻한다. 음과 음 사이를 채우듯 무겁게연주하라는 지시어에 따라, 전시는 또한 흙과 흙 사이를 메우는 도자의 제작과정을 무겁고 천천히 바라보면서, 도자에 응집된 여러 에너지를 느끼는 가이드를제공한다. 두 작가가 제공하는 새로운 방향을 통해 도자의 ‘축적되는’ 성질을 감상하고 싶다면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전시를 방문해 볼 것.
· 문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055-34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