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Issue 214, Jul 2024

이진형
Lee Jinhyung

2024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 문현정 독립큐레이터 ● 이미지 작가 제공

'4painting' 전시 전경 2023 Hall1 사진: 이재욱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문현정 독립큐레이터

Tags

이진형은 시각 기반 매체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화면을 재구성하는 회화를 선보여 왔다. 그는 눈을 통해 발견한 시각적 형상을 토대로, 그것의 본래적 의미와 맥락을 소거하고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는 형태로 구성해 내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선택하는 이미지는 대상의 맥락에서부터 멀어진 채로 회화적 화면을 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재료이자 요소로 자리한다. 그렇기에 그의 이미지는 구체적인 형상을 지시하지 않으며, 대상의 분위기와 질감, 윤곽과 같은 조형 요소만 남은 표면을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현실과 유리되어 원본을 구분하기 힘든 이미지는 회화적 표면에서 붓질을 통한 연속적 변형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새로운 형태로 완성된다.

이진형의 작품은 원본으로부터 이탈한 회화를 향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이미지'이다. 작가는 그의 작업이 ‘수집한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수집된 이미지는 어떠한 대상을 촬영한 사진이나 디지털 스크린을 경유한 것, 포토샵과 같은 툴로 편집된 것처럼 보이는 상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작업의 과정에 이미지는 그 맥락을 소거해 내기 위한 여러 단계, 이를테면 선택과 편집, 회화적인 재구성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은 언어를 전제로 한 이미지의 독해에 대한 오랜 역사를 배제하는 것으로, 어떠한 상에 대한 수사학적 형상이나 상징을 읽어냈어야 했던 과거의 회화적 문법을 거스르고 있다. 이는 이미지를 의미 있는 단위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회화의 표면에 귀속되는 요소로 회귀시키기 위한 작가만의 방법론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4painting> 전시 전경 
2023 Hall1 사진: 이재욱



작가는 원본을 참조하되, 원본을 재현하기보다는 이를 재구성해 내기 위한 회화의 표면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상이 자리를 잡는 과정은 이미지가 머무는 가장 바깥의 표면으로 향하고 있으며, 회화적 기법과 물성을 통한 매끈한 질감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서 두 가지의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하나는 그가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이 사진을 바탕에 둔 전후 미술의 맥락을 역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각각의 이미지를 관계 맺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작품이 위치한 공간을 개입시킨다는 것이다.


그가 사진을 바탕에 둔 회화를 전개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럼에도 이전부터 그의 작업에는 사진적 재현의 대상이 꾸준히 등장해 왔다. 그런데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사진적 이미지는 재현과 시뮬라크르(simulacre)의 맥락 안에서 전개되었던 ‘지시성’을 거부하고, 오히려 투사적 맥락이 사라진 대상으로써 표면에 안착한다. 작가는 이미지로부터 의미를 단절해 내기 위한 방법으로써 사진의 클로즈업(close-up)이나 크롭(crop)과 같은, 마치 기술로 편집된 것처럼 보이는 화면을 활용한다. 이러한 조작은 본래의 이미지가 발화하던 대상의 성질을 거부하고, 표면 위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부상시키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상에서부터 그것이 상징하던 바를 떨어뜨려 내며, 성질만이 남게 된 이미지를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다.


이미지는 여러 조작을 경유하여 원본의 대상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순간에 도달한다. 이를 위한 전술은 그의 회화 위에서도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전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여러 이미지를 나열해 놓고 - 그것의 내용을 뒤로하고 - 공간과 조응하는 형상을 선택한다. 이에 따라 이미지는 연속적 회화의 프레임을 통해 구성되기도 하지만 단절되고 파편화된 채로 공간에 병치되기도 한다. 단독으로 놓이거나 서로 다른 화면을 보충하기도, 전시 공간을 연장해 내기도 하는 설치의 구성은 이미지가 본래 규정되었던 맥락을 벗어나 각각의 파편을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완성한다.




<untitled(0422)> 2024 
캔버스에 유채 72.7×50cm



이러한 구성은 작가가 보여준 일련의 전시를 통해 구체화한다. 사각형의 프레임을 넘어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 구조는 그의 첫 개인전인 <비원향(B1Hyang)>(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0)에서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회화가 놓이는 물리적 환경은 곧 그것의 경험을 위한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 벽과 바닥, 기둥을 의식한 회화는 부분적인 혹은 파편적인 이미지를 활용함으로써 관람객의 신체적 감각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에 더해 <핀홀(pinhole)>(에이라운지 갤러리, 2021)에서는 관람객의 눈이 이미지의 표면을 포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미지 내부에 겹겹의 층위를 두어 깊이감 있는 평면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여기서는 작품을 서로 간 병치하는 과정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모종의 시각적 관계를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Odonata>(인천아트플랫폼, 2022)와 <O>(더 소소, 2022)에서는 이미지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련의 작품은 균질한 크기로 제작되어 흰 벽에 같은 규격으로 나열된다. 이러한 구성은 등장하는 대상의 이미지를 보다 명료히 지시하고 있는 것처럼 드러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것도 명료히 지시하지 않는 이미지를 늘어 놓는 행위로 귀결되며 그 해석의 권한을 관람객에게 일임하고 있다.




<untitled(1146)> 2023
 캔버스에 유채 72.7×116.8cm



최근의 개인전 <4painting>(Hall1, 2023)으로 넘어오면, 작품은 이전보다 명료한 구상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오히려 어떠한 것도 주장하지 않는 회화처럼 나타나게 된다. 개별적 이미지는 구상과 추상을 반복하며 복합적인 상으로 표출되고, 사진적으로 포착되거나 디지털로 변형된 모습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도 공간의 층고와 수평적 구획을 고려한 전시 구성은 시선의 구조를 정면에 두거나 평평한 곳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공간과 조응함에 따라 새로운 관계성을 가지게 된 회화를 탐구하고 있다.

이진형은 자신의 회화를 통해 지시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다시금 회화의 ‘표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를 선택한다. 표면을 통해서만 감각될 수 있는 심상은 그 재료가 되었던 이미지의 지시성을 거스르고 있지만, 동시에 이미지를 가장 바깥에 놓인 대상으로 사유하도록 만듦으로써 본질을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진형의 회화는 그렇기에 이미지로 시작하여 이미지로 귀결되며,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 PA



작가 이진형


작가 이진형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4painting>(Hall1, 2023), <O>(더 소소, 2022), <핀홀(pinhole)>(에이라운지 갤러리, 2021)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이미지가 형태가 될 때>(스페이스 카다로그, 2024),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아르코미술관, 2023)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는 신한 영 아티스트 페스타, 2020 사루비아 전시후원,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창작공간 달, 인천아트플랫폼,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프람프트 프로젝트에서 오는 12일까지 마련되는 전시 <0:00>, 이달 25일까지 열리는 <2024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11월 디스이즈낫어처치에서의 그룹전, 12월 중순 드로잉룸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작업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More Articles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